제가 어린 나이부터 소화가 잘 안 돼서 밥 따로 물 따로 식사법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 물을 따로 먹으라는 말에 꽂혀서, 식사 대신 먹는 생식 환약을 물이랑 안 먹고 생으로 바득바득 씹어먹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가 닳는다는 개념이 전혀 없었는데 나중에야 치과를 가서 이가 또래에 비해 너무 많이 닳았다고 치과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아차' 싶었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이가 시려서 차가운 거나 딱딱한 거는 잘 안 먹게 되는데 그래서 식습관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들 위주로 먹게 돼서 친구들이랑 메뉴 결정하는 게 어려운 면도 있긴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젊은 연령대에서 치아가 심하게 마모되는 현상은 단순히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변화로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최근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치아마모는 20~30대에서도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주로 생활습관과 환경적 요인, 심리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특히 2023년 대한구강보건학회지 연구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0% 이상이 눈에 띄는 치아마모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영국 King's College London 치과대학에서 2022년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딱딱한 음식을 씹는 것 외에도 에너지음료, 스포츠음료의 과다 섭취가 젊은 층 치아마모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이처럼 치아마모는 단순한 외적인 미용 문제가 아니라 치아의 기능 저하, 씹기 불편함, 심지어 턱관절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강 문제이기에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및 대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치아마모의 주요 원인
치아마모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물리적, 화학적, 생리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물리적 요인으로는 잘못된 칫솔질 습관이 대표적입니다. 강한 압력과 수평 방향의 칫솔질은 치아의 법랑질을 점차 깎아내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여기서 법랑질이란, 치아의 가장 바깥쪽을 덮고 있는 단단한 층을 말합니다. 씹을 때 생기는 압력이나 음식, 음료의 산성 성분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하는 방패역할을 하며 신체의 다른 조직과 달리 재생능력이 거의 없어서 한번 손상되면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둘째, 화학적 요인으로는 산성 음료 섭취가 있습니다. 국내 식품영양학 연구에서 202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 5회 이상 에너지음료를 섭취하는 대학생의 치아마모 위험도는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특히 pH 4 이하의 산성 환경은 법랑질을 빠르게 연화시켜 손상을 촉진합니다. 셋째, 생리적 요인으로는 이갈이가 있습니다. 국제치과연구학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젊은 층의 이갈이 증상이 2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이는 스트레스와 불안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또한 부정교합, 치아 배열 이상 역시 교합 압력을 특정 치아에 집중시키면서 마모를 악화시킵니다. 결국 치아 마모는 하나의 요인이 아니라 생활습관, 심리적 요인, 구강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최신 치아마모 치료법
치아마모의 치료는 개개인의 치아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경미한 경우에는 불소 도포나 레진 보강 치료가 권장됩니다. 불소도포는 치아 표면에 불소 성분을 바르는 치료로 산에 약해진 법랑질을 단단하게 만들어 초기 마모나 충치를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레진 보강 치료는 치아의 손상된 부분을 레진이라는 치과용 수지 재료로 채워 넣는 방법입니다. 치아 색과 비슷해 겉보기에 좋고, 마모된 부위를 빠르게 보강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마모되거나 착색이 될 수 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중등도의 경우 복합레진, 인레이, 온레이와 같은 보철치료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CAD/CAM 시스템을 활용한 맞춤 보철 치료가 활발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CAD와 CAM 기술을 활용해 3D 스캐너로 치아를 스캔하고, 디지털로 보철물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방법입니다. 2022년 일본 교토대 치과병원 연구에 따르면, CAD/CAM 보철물은 기존 수작업 방식보다 적합도가 20% 이상 향상되었고, 치료 기간도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한 마모로 치아 구조가 크게 손상된 경우에는 전체 크라운이나 라미네이트 같은 심미 보철이 필요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교합 조정 치료도 병행됩니다. 크라운은 심하게 마모된 치아를 전체적으로 덮어 씌우는 보철 치료를 말합니다. 손상된 치아를 보호하면서 씹는 기능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라미네이트는 치아 앞면을 얇게 하고, 세라믹 재료로 만든 얇은 보철을 붙이는 치료로 치아 색상과 모양을 개선하고 앞니의 마모나 변색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치아를 일부 갈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심한 마모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갈이가 원인인 경우 맞춤형 나이트가드 착용이 필수적입니다. 미국 보스턴대 치과대학의 2023년 논문은 개인 맞춤형 마우스피스를 착용한 환자 그룹에서 6개월 후 치아 손상이 70% 이상 감소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최근에는 심미성과 기능을 동시에 고려하는 ‘미니멀 침습 보철치료’가 주목받고 있으며, 젊은 층 환자들이 자연스러운 외모를 유지하면서 기능 회복까지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치아 삭제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자연치아를 보존하는 치료 접근법입니다.
치아마모 예방 및 관리 방법
치아마모를 예방하는 것은 이미 마모된 치아를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먼저 생활습관 개선이 핵심입니다. 올바른 칫솔질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드러운 칫솔모를 사용하고, 강한 압력이 아닌 가볍게 원을 그리며 닦는 방법이 권장됩니다. 음식과 음료 섭취도 관리가 필요합니다. 산성 음료 섭취는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마신 경우 물로 입안을 헹구어 산성 환경을 중화시켜야 합니다. 또한 스트레스 관리와 수면 습관 개선을 통해 이갈이 발생 빈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제로 2023년 대한치과보철학회 연구에서는 이갈이 환자에게 맞춤형 마우스피스를 착용한 환자의 80%가 치아마모 진행이 억제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도 필수적입니다. 젊은 층은 치아가 튼튼하다는 자신감으로 검진을 소홀히 하기 쉽지만, 초기 치아마모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전문가의 진단이 없으면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예방 차원에서 6개월~1년에 한 번 정기 검진을 통해 마모 정도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도 정기 검진 때 마모 정도를 확인해서 그다음부터는 주의했는데, 만약 검진을 안 받았더라면 훨씬 더 악화된 상태에서 갈 수도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더불어 불필요한 교합 압력을 줄이는 생활습관 교정도 필요합니다. 얼음이나 뚜껑 같은 단단한 물체를 치아로 깨무는 습관은 법랑질을 급격히 손상시키므로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치아 코팅제를 사용해 산성 환경으로부터 법랑질을 보호하는 예방적 치료도 소개되고 있어 젊은 층에서 점차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치아마모는 단순한 심미적 문제를 넘어 평생의 구강 건강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최신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듯, 생활습관 관리와 조기 치료는 치아마모 진행을 크게 늦출 수 있습니다. 지금 자신의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정기적인 검진과 예방적 치료를 병행한다면 건강한 치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치아는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려운 만큼, 꾸준한 관리와 조기 치료가 가장 확실한 해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