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음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는 순간
저는 살다 보면 마음이 유난히 쉽게 흔들리는 날을 마주하게 됩니다. 평소에는 넘길 수 있는 말이나 상황에도 감정이 크게 반응하고, 사소한 일 하나에도 마음의 균형이 깨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날 말입니다. 이런 날에는 내가 왜 이렇게 약해졌는지, 왜 평소 같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불편하게 느끼며, 가능한 한 빨리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곤 했습니다.
예전의 저는 마음이 흔들리는 날을 좋지 않은 날로 규정했습니다. 감정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고, “이 정도 일에 흔들리면 안 된다”는 기준을 들이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기준을 높일수록 마음은 더 불안정해졌고, 흔들림은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저는 한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날은 고쳐야 할 날이 아니라, 살펴봐야 할 날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요즘의 저는 마음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 마음이 조금 흔들리고 있구나.” 이 한 문장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파동이 아주 조금 낮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흔들림을 인정하지 않으면 마음은 계속 그 사실을 알리려 하고,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감정은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는 늘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사람과의 관계 때문이었고, 어떤 날은 몸의 피로 때문이었고, 또 어떤 날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잔여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굳이 이유를 파헤치기보다, 지금의 흔들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이 연습은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머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2.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 제가 선택한 작은 중심들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날 저는 큰 결심이나 극적인 변화보다, 아주 작고 구체적인 중심을 찾으려고 합니다. 중심이라는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제가 말하는 중심은 하루를 지탱해 주는 아주 작은 기준에 가깝습니다. 감정이 출렁일 때 붙잡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감각, 행동, 혹은 문장 같은 것들입니다.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중심은 몸의 감각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는 생각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 지금의 몸을 느끼는 데 집중합니다. 발이 바닥에 닿아 있는 느낌, 의자에 몸을 맡긴 감각, 숨이 들고 나는 리듬을 하나씩 느껴봅니다. 이 감각들은 언제나 현재에 있기 때문에, 흔들리던 마음을 다시 지금 이 순간으로 데려오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또 하나의 중심은 정해진 작은 행동 하나입니다. 예를 들면 컵에 물을 따르는 행동, 손을 씻는 행동, 창문을 잠시 여는 행동처럼 매번 같은 방식으로 반복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행동들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동일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제게는 ‘지금 괜찮다’는 신호처럼 작용했습니다. 반복되는 행동은 감정의 기복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기준이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또한 시야를 단순하게 만드는 것을 중요한 중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날에는 주변의 정보도 과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물건을 조금만 정리해도 마음이 안정되는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책상 위의 물건을 몇 개만 치우거나, 화면을 닫거나, 불필요한 알림을 잠시 끄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밀도가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자주 붙잡는 중심 중 하나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짧은 문장입니다. “지금 흔들려도 괜찮아.” “이 순간을 지나고 있어.” “다시 돌아올 수 있어.” 이런 문장들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마음이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문장은 해결책이 아니라, 마음이 잠시 머물 수 있는 난간 같은 존재였습니다.
3. 하루의 끝에서 중심을 확인하며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
마음이 흔들렸던 날의 끝에서는 그 흔들림을 없애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저는 그날의 중심이 무엇이었는지 조용히 되돌아봅니다. 오늘 하루 동안 나를 붙잡아 준 것은 무엇이었는지, 가장 도움이 되었던 작은 행동이나 말은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립니다. 이 과정은 반성이나 평가가 아니라, 나를 지켜준 요소를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종종 그날의 중심을 한 문장으로 남깁니다. “오늘은 숨을 느끼는 것이 중심이었어.” “컵에 물을 따르는 순간이 나를 붙잡아줬어.” 이렇게 적어두면 마음이 흔들렸던 기억보다, 다시 중심을 찾았던 감각이 더 또렷하게 남습니다. 이 기록은 다음에 비슷한 날이 왔을 때 저를 도와주는 작은 지도가 되어주었습니다.
또한 저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과도한 다짐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음이 흔들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에너지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의 흔들림도 잘 지나왔어.” “다시 중심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이 말들은 하루의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이 다시 편안한 자리로 돌아오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날은 앞으로도 계속 찾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그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잡을 수 있는 작은 중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은 언제나 크지 않고, 눈에 띄지 않으며, 아주 사소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소한 중심 하나가 마음을 다시 제자리로 데려오는 데 충분하다는 것을 저는 이 연습을 통해 배워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마음이 흔들리는 날마다 이 작은 중심들을 하나씩 확인하며, 저에게 맞는 속도로 다시 균형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연습은 결국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